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아주 특별한 만남|발도르프 교육에서 경험한 공동체와 배움의 변화

글 | 조용미 (부산발도르프학교)

2020년은 8학년 담임과정의 마지막 해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해를 막 시작했는데, 개학 1주일 만에 학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처음 겪는 세계적 감염병 앞에서 근거 없는 낙관으로 2주를 보낸 뒤, 교사는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젤란 이야기를 직접 써서 아이들이 집에서 읽게 했고, 수학 문제·줄넘기·리코더·하루 소감까지 빼곡한 하루 일정을 내려보냈습니다. 학교의 리듬을 집으로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와의 통화에서 “선생님, 주신 대로 하니까 재미는 있는데 꼭 기숙사에 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고 교사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들이댄 공부가 ‘폭력 같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조급함을 물리고 다시 생각한 결론은 잘 먹기, 잘 쉬기, 잘 자기였고, 거기에 르네상스 그림(조토·미켈란젤로·라파엘로·다빈치)을 감상하고 모사하는 일, 단테의 신곡과 셰익스피어 읽기, 주 1회 40분의 소그룹 만남이 더해졌습니다. 아이들은 모나리자를 그리는 동안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했고, 나중에 서로의 그림을 보며 “왜 모나리자가 다 자기를 닮았지?” 하며 웃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특별한 만남은 매일 밤 9시에 일어났습니다. 아이들과 부모, 교사는 같은 기도문 — 돌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 모두가 자유롭고 자기답게 살기를 바라는 기도 — 을 함께 읽었습니다. 면대면 만남은 제한되었지만 마음은 더 깊이 연결되었고, 때로는 장애물이 있어서 오히려 만남이 진화한다는 것을 그해의 교사는 배웠습니다. 여전히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는 지금, 그해의 경험은 교사로서 더 명료하게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묻게 하는, 참 특별한 오늘을 만듭니다.


본 글은 2021년도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기관지에 수록된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2021년도 기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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