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4학년 인간과 동물 주기수업|발도르프 교육에서 배우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글 | 이은하 (동림자유학교 교사)

4학년은 아이들이 ‘루비콘’을 지나 세상과 자기 자신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이 해의 첫 자연과학 수업인 ‘인간과 동물’은 곧바로 동물 이야기로 들어가지 않고, 먼저 ‘나(인간)’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친구 한 명이 교실 앞에서 천천히 돌고, 반 아이들은 그 앞·옆·뒷모습을 바라봅니다. 눈을 가리고 소리를 듣고, 향을 맡고, 여러 양념의 맛을 보며 감각기관이 ‘세상을 향한 문’임을 몸으로 배웁니다.

이어서 가슴과 사지, 그리고 자유로운 손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느껴본 뒤에야 비로소 동물들을 살펴봅니다. 동물을 ‘생김새’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전체가 ‘머리’인 문어·오징어·앵무조개, 두려움과 빠른 움직임으로 살아가는 쥐·다람쥐·비버 같은 설치류, 그리고 발달한 사지로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말과 코끼리를 차례로 만납니다. 매체 없이 교사의 살아 있는 경험과 생생한 언어로 전달되는 수업이기에, 쥐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던 교사는 동료의 경험담을 수집해 수업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이 수업의 마지막 메시지는 또렷합니다. 동물은 저마다 한 가지 면에서 인간보다 특출하지만, 인간은 자유로운 손과 지혜로운 생각으로 자연을 돌볼 책임을 지닌 존재라는 것입니다. 기후와 환경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지금, 이 수업은 아이들에게 인간의 책임 있는 의식과 행동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합니다. 수업의 마지막은 오징어·앵무조개·쥐·다람쥐·비버·코끼리에 대해 아이들이 쓴 시와 그림으로 맺어지고, 아이들은 다음 해의 5학년 동물학 시간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본 글은 2021년도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기관지에 수록된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2021년도 기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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