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이솝 우화와 발도르프 교육|2학년 아이들의 성장과 인간 이해

글 | 장승규 (무등자유발도르프학교)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자기와 세상이 하나인 시기를 삽니다. 그러다 2학년이 되면 하나였던 세계가 둘로 분리되고, 아이 안에도 착한 모습과 욕심스러운 모습이 각각의 장면에서 따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 ‘말과 글’ 시간에 찾아오는 이야기가 바로 이솝 우화입니다. 지난 5월 여우 이야기를 다룬 장승규 선생님은, 꾀를 쓰고 꾀에 빠지는 여우를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내 안의 여우’를 들킨 듯 조금 부끄러웠다고 고백합니다.

6월의 주제는 늑대였습니다. 늑대를 단순히 ‘탐욕’의 상징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이솝 우화의 늑대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읽으니, 선생님의 시선은 늑대가 탐욕스러워질 수밖에 없던 상황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우화의 한자가 어리석을 ‘愚’가 아니라 머무를 ‘寓’임을 처음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우화는 어리석은 동물 이야기가 아니라, 잠시 그 동물의 모습으로 ‘머물러’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습니다. 선생님은 20년 전 가난한 시골 학교에서 “꿈이 뭐니?” 하는 물음에 “난, 돼지요!”라고 답하던 은비와, 만두를 손으로 집어 먹던 오빠 동우의 이야기를 함께 꺼내놓습니다. 미워 보였던 그 모습 아래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깔려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그가 하는 일이든, 보이는 현상 아래의 뿌리까지 보아야 온전히 알 수 있습니다. 장승규 선생님은 오랜 시간 누군가를 도우려 애쓰다 상처받고, 학교를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내 것이 아니었던 내 것을 하나씩 떼어내야 했다”고 적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일은 여우나 늑대 같은 아이들의 속성을 바꾸어 내는 일이 아니라, 그들이 그 모습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삶을 이해해 보는 일입니다. 연민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을 때쯤, 아이들도 지금 머물고 있는 짐승의 가죽을 조금씩 벗어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본 글은 2023년도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기관지에 수록된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2023년도 기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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