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2022년 비대면 시대, 축제와 공동체|발도르프 교육에서 이어진 나눔과 연대 이야기

글 |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이미숙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학교는 축제와 행사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깊은 지혜가 필요했습니다. 평소와 같이 우리 안에서만 즐기는 축제를 열 수 없게 된 상황은, 오히려 공동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외부로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우리가 가진 빛과 용기와 사랑을 이웃과 기꺼이 나누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러한 결심은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가을 들녘의 풍성함을 담은 곡식과 고운 빛깔의 과일들이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 들려 학교 앞마당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상급 학생들과 교사들은 정성껏 흰색 천으로 포대자루를 만들어 쌀을 담았고, 과일은 박스에 담아, 한지로 정갈하게 포장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소중한 마음들은 학교의 이웃인 보육원과 장애인 공동체에 전달되었습니다. 비록 떠들썩한 잔치는 아니었지만, 이 조용한 행사를 통해 우리 안에는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조용한 기쁨이 퍼져 나갔습니다. 이웃과 함께한 나눔의 경험은 우리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를 지펴주었고, 이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3년째 이어지며 학교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한 비대면 상황에서도 절기의 흐름을 잃지 않기 위해 교사들은 아침 열기 시간에 일주일 동안 함께 강강술래를 하며 추석의 문을 열었습니다. 학생들 역시 한복을 갖춰 입고 반별로 송편을 빚으며 신명 나게 절기를 맞이했습니다. 코로나 시대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축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깨달은 것은 축제의 본질이 결국 ‘다른 이의 추운 손을 감싸는 것’과 같다는 사실입니다. 공동체가 함께 마음을 모아 이웃과 연대할 때, 비대면이라는 물리적 제약 속에서도 축제는 살아있는 교육이 되었고 우리 공동체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본 글은 2022년도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기관지에 수록된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2022년도 기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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