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미디어 오프 나이트를 상징하는 밀랍초. 전자기기를 끄고 가족과 함께 보낸 촛불의 시간을 담은 사진

미디어를 끄고 삶을 만나다 – 2026 미디어 오프 나이트 풍경

해가 저물고 밤이 깊어질수록 세상은 더 많은 빛과 소리로 채워집니다. 그러나 지난 6월 5일 <미디어 오프 나이트>의 밤은 조금 달랐습니다. 우리는 화면의 빛을 끄고 촛불의 온기를 밝혔으며, 끊임없이 흘러가던 정보 대신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고요함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마음을 나누며, 잊고 지냈던 소중한 연결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촛불 하나가 밝혀 준 따뜻한 밤, 그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만들어 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잇다자유발도르프학교에서의 학부모 참여 후기>

 

미디어의 화려한 화면에 시선을 빼앗겨 정작 나를 들여다볼 틈 없던 일상.

잠들기 전, 창밖의 밝은 달을 보며 아이들과 에릭 호퍼의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었던 그는 기적처럼 눈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을 때, 언제 다시 어둠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손에 잡히는 모든 책을 암기해 나갔습니다. 다시 찾은 빛 속에서 언제 올지 모를 어둠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몰입을 통해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낸 울림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이벤트는 에릭 호퍼가 마주했던 빛처럼, 우리에게도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자기기의 불빛이 사라진 자리에 아이들의 맑은 숨소리가 채워지고, 서로 눈을 맞출 수 있어 참 감사하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잇다자유발도르프학교

http://www.iddawaldorf.or.kr/

 

 

<사과꽃발도르프학교에서의 학부모 참여 후기>

 

1. 발도르프학교 부모님들은 대체로 TV나 영화, 라디오 같은 미디어와는 거리를 두고 내려 노력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컴퓨터와 휴대폰만큼은 쉽게 손에서 놓기 어렵다. 이번 미디어 오프 나이트에도 거창한 변화를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저녁 시간만이라도 세상의 흐름에서 벗어나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산책도 좋지만, 물속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편안함을 경험하고 싶어 수영장을 찾았다. 물결에 맞춰 호흡하며 움직이다 보니 몸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도 차분해졌다.

채팅 알림과 새로운 소식들에서 잠시 멀어졌을 뿐인데, 생각보다 훨씬 큰 여유가 찾아왔고 특히 잠이 달콤했다. 휴대폰 속 수많은 이야기들로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화면 대신 나 자신에게 집중했던 몇 시간 덕분에 오랜만에 평온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미디어를 완전히 끊는 것은 어렵지만,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삶의 속도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2. 잃어버린 이야기들이 가는 세계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에서 주최하는 Media off night에 참여하였다.

밤에 기계 사용을 하지 않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여 오랜만에 촞불을 켰다.

“ 엄마 학교에서 배웠는데…” 라며 아이가 이야기를 꺼낸다.

1학년에 둘째 아이가 가져온 것을 보니 조금 전 켜둔 촛농을 모아서 밀랍 초에 장식을 했다. 그러면서 왜 이 하얀 촞농은 뭉쳐지지 않느냐고 묻는다. 학교에서 쓰는 밀랍 초랑 다른 것이라 그렇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 순간 나는 교실에서 밀랍을 조물조물거리는 작은 손들이 그려졌다. 잠깐의 대화로 나는 학교에 있는 아이들과 연결되었다.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학교에서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니 떨어져 있던 순간을 엄마와 연결 시키고 싶었던 것이었다.

저녁은 쉬는 시간이라며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던 엄마에게 아이들은 하고 싶은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겠구나 싶어 미안해졌다. 그제야 지난 에포크 시간 신화 속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다는 5학년 첫째 아이가 들려준 신화의 이야기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은 만들지 못하면서 기계가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를 깨달았다.

말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미디어는 갈 길을 잃어버린 말들이 가는 곳은 아닐까? 밤이 깜깜한 이유는 낮 동안의 우리의 이야기들이 온통 섞여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 집은 깜깜한 밤을 자주 만들까 한다.

3. 미디어가 없던 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저녁상을 치우기가 무섭게 늦둥이의 잠투정이 시작됐고, 쫓기듯 큰아이들과 굿나잇 인사를 나눈 뒤 막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미디어가 없는 날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늦둥이가 잠들기를 기다렸고, 아이가 잠든 뒤에야 비로소 내게 미디어를 끈 밤이 찾아온 것 같다. 보통 때라면 아기를 재우고 나서 피곤해 죽겠는데도 뭐라고 하고 자야 억울하지 않다는 심정으로 넷플릭스를 켜곤 했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지내고 집안일을 하고 나면 그 시간이 마치 나를 위한 보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은 그냥 조용히 누웠다. 아이들과 특별한 놀이를 한 것도 아니고, 가족이 둘러앉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다. 다만 잠들기 전까지 블루라이트를 쐬던 평소의 일상이 반복되지 않은 날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조금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멍하니 누워 있으니 자연스럽게 하루를 돌아보게 됐다. 일상을 거꾸로 되짚어 보며 명상도 했다. 무엇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오랜만에 푹 잔 느낌이었다.

미디어가 없는 밤은 거창한 행사가 아니었다. 우리 집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으니까. 다만 잠들기 전 화면 대신 고요함을 만난 날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번 <미디어 오프 나이트>는 단순히 전자기기를 끄는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잠시 멈추어 선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만나며, 바쁘게 흘러가던 일상 속에 숨어 있던 고요와 평화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화면의 빛은 잠시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마음의 연결이었습니다. 작은 촛불 하나가 밝혀 준 이 특별한 밤의 경험이 앞으로도 각 가정과 모든 이에게 오래도록 따뜻한 울림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사과꽃발도르프학교

https://cafe.naver.com/waldorfapple

 

*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의 「미디어 오프 나이트」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멈추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건강한 미디어 문화를 실천하는 공동체 활동입니다. 참여자들은 촛불 아래에서 대화를 나누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일상을 성찰하는 시간을 경험하였습니다. 이번 활동은 발도르프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적 연결과 삶의 균형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진 3 전자기기 없이 보내는 저녁 시간에 바라본 고요한 밤하늘과 나무 풍경
초등학생이 직접 만든 스마트폰 사용 절제 포스터.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과 올바른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표현한 그림
초등학생이 직접 만든 스마트폰 사용 절제 포스터.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과 올바른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표현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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