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현경 (부산발도르프학교 교사)
2021년 5월 1일,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이 출범했습니다.
2009년 시작된 한국 발도르프학교 교사연합회는 2009년 당시 과천자유학교, 양평 슈타이너학교, 사과나무학교, 구름산학교, 푸른숲학교, 그리고 동림자유학교의 대표자가 모여 서로간의 협력을 위해 구성되었습니다. 이후 함께 공부하는 세미나가 열리면서 관계를 더 긴밀하게 맺어갔고, 2013년 아태컨퍼런스 개최 준비과정에서 더욱 결속을 다졌습니다. 이후 연수와 대표자 회의를 통해 지속적인 교류와 공부를 이어왔습니다.
한국발도르프학교 학부모연합은 2015년 교사연합 주최의 강연을 앞두고 동림, 서울, 청계, 푸른숲학교의 학부모들의 ‘Sole responsibilty’ 번역공부모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벰버 선생님과 글렉클러 선생님의 강연을 준비하며 ‘학부모연합의 시작’밴드를 통해 소소한 소식을 주고 받다가 전국의 발도르프학교 연합체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2018년11월 25일 대전자유발도르프학교에서 14개의 학교 30여명이 모였습니다. 이후, 2019년 2월 학부모연합이 출범하면서 16개 학교의 학부모대표들이 모여 학교연합 설립을 위한 제안을 하고 공동의 교육적,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한 방법들을 모색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발도르프학교연합준비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왜 학교연합이 필요한가?”
“학교연합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놓치면 안되는가?”
이런 질문들과 토론들 사이에서 학교연합준비위원회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회의는교사연합회, 학부모연합을 통해 각 학교에 공유되고, 또 각 단위의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갔습니다.
발도르프학교의 정체성,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다양성, 학교간의 연대, 그리고 연합을 만들기 위한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학교연합의 모습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함께 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모였고, 그렇게 정회원 열세개 학교, 수습회원 두 학교, 총 열다섯 학교가 함께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을 출범했습니다.
학교연합으로 가고자하는 우리 모두에게는 이주에 한 번 학교연합출범을 알리고 마음을 모으기 위한 러브레터가 도착했습니다. 왜 우리가 연합을 하는지, 어떤 학교들이 함께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는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모일 수는 없었지만 각 학교에서는 학교연합 출범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출범식 전날 밝힐 초를 만들기도 하고, 전국의 학교소개 글과 그림을 받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엽서를 만들어 각 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합창이나 합주를 하여서 전국의 학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출범식 전날 밤 8시, 전국 열다섯 학교 천 여명이 넘는 발도르프학교 식구들이 초를 밝혔습니다.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의 출범을 축하하고, 잘나아갈 수 있도록 세상을 밝히는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출범식에 모일 수 없었지만 마음을 함께 하기 위해 출범식 당일인 5월 1일 오전 10시30분 루돌프 슈타이너의 시 <평화의 춤>을 외거나 노래했습니다.

이런 시간들에 참여하고, 또 각 학교의 모습들이 서로의 학교에게 공유되면서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와닿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만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네요. 참 귀한 인연입니다.
출범식 날, 입구에는 열다섯 학교의 로고들이 나뭇가지에 걸렸습니다. 발도르프학교라는 뿌리에 저마다의 모습과 색깔로 자리잡은 학교들이 참 멋졌습니다. 그리고 벽에는 각 학교에서 보내온 <세상을 바꾸는 배움,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펼침막이 붙여져 있었습니다. 어느 학교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어느 학교에서는 자수를 놓고, 또 어느 학교에서는 양모솜으로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모두 개성 강한 글자였지만 모아놓으니 신기하게도 잘 어울립니다. 그 펼침막의 모습이 학교연합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출범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개최 장소였던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상급학생들의 <평화의 춤> 앙상블 공연은 아름다웠고, 축하하러오신 국회 교육분과 강득구의원님, 한국슈타이너연구센터 이정희박사님, 대안교육연대 김진형대표님의 인사말씀은 왜 우리가 여기 함께 있는지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괴테아눔, 푸른숲학교 학생회장의 축하메시지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어서 함께하는 열다섯 학교 교사대표, 학부모대표의 인사와 학교소개가 있었습니다. 뒤이어 그간의 학교연합준비위원회 활동보고가 있었고 마지막은 출범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평화의 춤>을 불렀습니다.
“더 이상 각각의 학교가 제 자신만을 위해 혼자 일하지 않고, 또 각각의 학교가 교육작업의 본질적인 기관으로서 제 자신의 교사회를 갖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발도르프학교들도 하나의 문화 영역과 언어 영역에서 정신적으로 하나의 ‘학교들의 협의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여러분은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서로가 함께 하고 속한다는 것이 이 땅 위에 하나이 거울을 갖게 되는 것이며 이는 아주 중요합니다. – 여러분들이 그것을 지금 “발도르프 학교들의 연합”을 만들어냄으로서 해내신 것처럼요.”
미하엘 데부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학교연합출범 축하인사가 마음에 계속 남습니다.
학교연합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던져진 시간부터 학교연합 준비위 기간, 그리고 출범 후 한 달을 맞이한 지금까지를 돌아봅니다. 우리가 하나의 긴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을 함께 느끼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그 끈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논의했던 시간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또 한편 앞으로의 학교연합이 걸어갈 길에 그 끈이 꼬이거나 끊어질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함께 가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연대하고 연합하며 발도르프교육운동을 펼치고자 할 것입니다.
학교연합이 가는 길에 출범식 날을 종종 돌아볼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나누었던 러브레터가, 시와 노래가, 함께 밝혔던 촛불이, 모두 다르지만 하나였던 펼침막이, 그리고 같이 부른 <평화의 춤>이 그 날 그 시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을 출범하기 위해 애써주신 많은 분들, 쉽지 않은 길에 함께 발걸음을 내딛고 손잡은 열다섯 학교들, 학교연합 출범을 축하하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이 글은 2021년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나눔지 『발도르프교육』에 수록된 글입니다. 원문 전체는 2021년도 나눔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